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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34코스] 묵호역~옥계해변, 2020.07.18. 본문
금요일 회식으로 늦게 들어온 와이프를 데리고 이번 주도 강원도를 향합니다. 피곤한 와이프는 차 안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전 부지런히 운전해서(HDA가 좋기는 하더군요) 옥계 해변 주차장으로 향합니다.(* HDA : Highway Driving Assist, 고속도로 주행 보조)
오늘은 34코스의 역방향(파란색 해파랑길 표시)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35코스 글에서 설명했지만 원래 34코스는 약 19km의 거리에 6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코스(두루누비 사이트 기준)였지만 산길 코스의 산불로 인해 기곡해수욕장에서 옥계면(옥계 시장)으로 가는 코스가 바로 옥계 해변으로 가는 짧은(약 14km, 5시간 소요) 코스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리고 34코스가 끝나는 곳도 옥계면이 아니라 옥계 해변으로 바뀌었고요. 하지만 네이버 맵이나 카카오지도에서는 아직도 이전 코스를 안내해주고 있습니다.
옥계 해변 주차장에서 시작하려 했으나 도직항까지의 구간이 산업단지와 시멘트 공장을 지나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구간(약 2.3km, 30여 분 소요)이어서 생략하기로 하고 옥계항 주변에 있는 작은 도직항으로 이동 후 그곳에 차를 주차하고 34코스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지도에서 보고 조그만 항이니 주차할 곳은 있을 것 같아 찾아갔는데, 도착하고 보니 낚시하시는 분들이 꽤 많이 있었습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낚시의 성지인듯한 분위기였습니다.
도직항에서 도직해변을 거쳐 기곡해변까지의 구간이 조금 지루한 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구간은 철길을 사이에 두고 왼쪽으로 긴 바다가 펼쳐져 있어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어 그나마 덜 지루하기는 합니다.
언제적 배차 시간표인지는 모르겠지만 34코스의 시작점(저의 도착점)인 묵호항에 도착하면 도직항까지 버스로 돌아올 수는 있겠군요. 묵호항 인근에 있는 발한이라는 곳에서 버스를 타면 되는데, 뭐 배차 시간이 딱딱 맞아떨어지지는 않을 테니 312번(또는 313번)을 무작정 기다리면 되겠죠. 적게 쉬고 부지런히 걷는다면 14:05분 버스, 평소대로 느긋하게 쉬면서 걷는다면 15:48분 버스가 적당하기는 하겠네요. 저 배차 시간이 맞다면 말이죠. 그런데 제가 돌아오는 길에 과연 저 버스를 탔을까요?
길을 계속 걷다 보면 왼쪽으로 한옥타운이 보입니다. 남산 한옥마을처럼 관광지는 아니고 리조트입니다. 바닷가 한옥 컨셉의 숙소인 거죠. 개인적으로는 바닷가 한옥타운이 뜬금없기는 하지만 가족 여행의 고급(?) 숙소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옥촌을 지나면 새롭게 단장한 망상오토캠핑리조트가 나타나며 여기서부터 기차 철로를 건너 바닷가로 조금 더 가까이 난 길을 따라 걷게 됩니다.
망상컨벤션센터 주차장에 있는 정자에서 잠깐 쉬어가려 합니다. 어제 회식의 여파로 와이프가 조금 피곤해하고 있기에 잠깐 같이 쉬어주는 넓은 아량을 베풀어주는 것이 가정의 평화를 위한 굿 초이스입니다.
망상해변에 도착했습니다. 바로 조금 전에 쉬었지만, 커피 한잔을 하겠다는 핑계로 다시 쉬어가기로 합니다. 망상헤변에서 최근 'CLAM'이라는 카페가 핫하다고 하는데 저희는 전통(?) 있는 'THE 좋은날' 카페로 향합니다. 'CLAM'에는 젊은 친구들과 연인들이 많이 보였고, 상대적으로 'THE 좋은날'에는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THE 좋은날' 카페를 선택한 이유는 이곳 사장님이 커피에 대한 조예가 깊어 강원도 내에서 커피와 관련된 여러 활동을 하고 계시다기에 커피 맛이 더 좋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또 강원도 카페에서는 잘 보기 힘든 디카페인 커피도 있었고요. 하지만 분위기는 'CLAM'이 더 있어 보이기는 했습니다.
망상 해변을 지나면 노봉 해변을 만나게 됩니다. 망상 해변보다는 보다 한적한 기분으로 쉬어갈 수 있는 해변으로 보이니 번잡한 것이 싫다면 망상 해변 대신 노봉 해변으로...
조금 더 걷다보면 조용한 노봉 해변과 이어진 해변이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른 대진 해변을 만나게 됩니다. 대진 해변은 역시 '서핑 양양' 답게 서핑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으로 북적이고 있네요.
대진 해수욕장은 2020년에는 개장을 하지 않는다고(일종의 안식년?)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을 통제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안전 요원이 존재하지 않으니 이용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안전에 유의해서 쉬었다 가면 됩니다. 물론 화장실도 당연 사용 가능합니다. 34코스 해변 중에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던 해변으로 기억됩니다.
대진 해변을 마지막으로 대진항에서 묵호항까지는 해수욕장을 보기 힘듭니다. 물론 항구 근처의 작은 해수욕장은 있지만 하얀 백사장이 넓게 펼쳐진 해변은 없다고 보시면 된다는 것이죠.
대진항은 부가티 정도는 가볍게 그냥 길거리에 방치해두고 있는 그런 동네입니다. 엄청 부자들만 사는 동네인듯합니다. 부럽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흰 등대를 지나가면 어달 해변이 나타납니다. 이 곳에서 목적지인 묵호항까지는 위 사진처럼 차가 다니는 도로를 끼고 좌측으로는 바다를 보고 걷는 풍경이 34코스가 끝날 때까지 이어집니다. 그늘이 없어 조금 덥기는 했지만, 왼편으로 보이는 바다가 더운 날씨에 걷는 수고로움을 살살 달래주기는 합니다.
예전에 드라이브를 하다 분위기가 좋아 보여 들어가서 쉬었던 카페 '어쩌다어달'입니다. 1층은 카페이고, 2~3층은 펜션으로 운영되는 데 통유리를 통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뷰를 자랑하는 펜션이더군요. 길가에서 보니(의도적으로 본 건 아니었음!) 반사 유리가 아니라 커튼을 치지 않으면 펜션 내부가 다 보이는 데 방 안에서 커플들이 알콩달콩한 모습이 다 보이더군요. 당시 풍선 등으로 한컷 꾸며놓고 사진을 찍는 연인들과 침대에 나란히 앉아 서로를 기대며 바다를 바라보는 연인들의 모습이 여과 없이(?) 보였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의도적(?)으로 본 것이 아니라 길 건너편 바다를 보고 카페로 돌아오다 어쩌다 제 눈에 보였을 뿐입니다. 카페 이름처럼...
어달 해수욕장은 조금 독특한 분위기의 해변이더군요. 보통 해변에는 물놀이를 즐기는 분이 많은데 여기는 좁은 해변에 있는 파라솔 아래에서 삼삼오오 음식을 드시는 분들이 더 많았습니다. 텐트 아래 식당은 아마도 마을에서 직접 운영하는 식당들인듯했습니다.
걷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1시가 넘었습니다. 배가 고프군요. 뭐 먹을만한 식당을 찾는 데 마땅치 않습니다. 그러다 샌드위치를 팔고 있는 'Cafe Lee's'를 발견하고 들어갑니다. 2층에 있는 테라스가 분위기 있어 보여 샌드위치와 자몽에이드를 주문하고 올라갑니다. 배고픔에 허겁지겁 먹고 나서 잠깐 쉬면서 이 카페를 검색해보니 나름 유명한 카페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희가 오고 난 뒤 카페는 사람들로 가득 차버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자몽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곳 자몽에이드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이 카페는 국물떡볶이와 자몽에이드가 시그니처 메뉴이더군요. 샌드위치로 가볍게 허기짐을 해결한 상황이라 떡볶이는 다시 찾아오기 위한 핑계거리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동해해양경찰서어달출장소 옆 조그만 미니 해변입니다. 하지만 이미 가족 단위의 몇 팀이 해변을 차지하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깨긋한 파도가 아이들 놀기에 적당해 보였고, 모래도 너무 고와 보여 가족들이 찾기에 딱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옆에 주차장도 있으니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은 이곳을 한번 찾아가보는 것도 좋아보이네요.
묵호항에 도착했습니다. 원래는 묵호 등대를 올라 묵호항에까지 가야 하지만 예전에 다 올라가 봤던 길이라 생략했습니다. 예전에 없던 스카이워커도 보이기는 했지만, 딱히 땡기지는 않더군요. 묵호 등대는 주변으로 있는 아기자기한 옛 골목과 벽화 등이 매력적인 곳으로 묵호항을 처음으로 가시는 분들은 꼭 들러보아야 할 코스입니다. 하지만 여름에 이곳을 찾는다면 육수(?)를 많이 뽑아내야 하는 단점이 있으니 가을~봄에 가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34코스의 끝은 원래 묵호항이 아니라 묵호역까지입니다. 하지만 예전에 33코스를 걸으면서 묵호항(묵호항 수변공원 주차장)에서 묵호역까지 걸어보았기에 오늘은 묵호항까지만 걷기로 합니다.
이제 버스를 타고 차를 세워둔 도직항으로 가면 됩니다. 버스 타는 곳까지는 약 20분 정도 걸으면 되는데 때마침 와이프 눈앞에 '빈차'라고 쓰여있는 택시가 운명처럼 주차하고 있었네요. 그렇습니다. 버스로 돌아가고자 하는 자린고비의 원대한 꿈은 산산이 부서지고 바로 택시 타고 되돌아갑니다. 택시 요금은 약 16,000원 정도 나왔지만,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매우 편하게 돌아왔으니 만족해야겠죠.
SONY A7m2 + SMC TAKUMAR 1: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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