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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42코스] 죽도정입구~하조대해변, 2020.07.11. 본문
지난주에 이어 이번 토요일도 해파랑길을 걸어봤습니다. 날이 더워 숲길을 걸어볼까 고민했지만 어제까지 내린 많은 비 때문에 땅이 많이 질퍽할 것 같아 이번에도 바닷길을 가기로 합니다. 원래 날씨가 쨍하지는 않았지만, 인제를 지나니 비가 굵어지기 시작했고, 42코스 역방향 출발점인 하조대에 도착하니 제대로 된 우의가 아니면 걷기가 불편할 정도로 비가 많이 왔습니다. 하조대에서 아침을 먹으면서 날씨를 검색해보니 춘천, 철원 쪽으로는 비가 오지 않아 다시 돌아가 걸을까 고민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가 잦아드는 것 같아 잠시 쉬고 원래 계획했던 42코스를 걷기로 합니다.
하조대 전망대와 둘레길은 지난 43코스에서 구경했기 때문에 오늘은 생략하고 바로 죽도해변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43코스에서도 설명드렸지만 하조대에서 양양으로 가는 시내/시외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소 앞 편의점입니다. 저희는 죽도해변에서 버스를 타고 이곳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물론 많이 피곤하면 택시를 이용하고요.
편의점 앞 정류장에 있는 버스 시간표입니다. 주문진에서 출발한 322번 또는 지경리에서 출발하는 12번 버스를 이용하면 죽도해변에서 돌아올 수 있습니다. 322번이 생각보다 배차가 많으니 돌아오는 차편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네요. 죽도해변에서 322번이나 12번이나 먼저 오는 버스를 타는 것으로...
광정초등학교, 만세고개(3.1만세운동유적비)을 지나 기사문리까지는 자전거길과 같이 걸어가시면 됩니다. 당일에는 비가 오는 날씨라 자전거 타는 분들이 많이 없어서 큰 문제가 없었지만, 길 자체가 좁아 자전거와 만나게 되면 조심하셔야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삼팔파크모텔을 지나면 엄청난 양의 물고기를 보유하고 있는 삼팔횟집이 나타나고 횟집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기사문리 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벽화가 나타납니다. 몇몇 벽화의 화풍이 어둡고 슬퍼보여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의 상흔이 남겨진 벽화라 나름 의미가 있겠지만 그래도 어두운 표정들이 담겨져 있는 벽화를 보는 것이 맘 편하지는 않았네요.
골목의 어두운 분위기와 걸맞지 않는 이런 뜬금없는 벽화도 있습니다. 힘든 시기를 이겨낸 뒤의 평화로움을 나타낸 것일까요?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는 되지 않지만 하여튼 짧은 벽화 골목을 지나면 기사문항을 만나게 됩니다.
기사문항은 항구의 역할도 당연히 하겠지만, 이곳 역시 '양양 서핑'의 영향인지 엄청 많은 서핑 업소가 줄지어 있습니다. 이때가 10:30분 정도였는데 기사문 해변에는 서핑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고 있었고, 버스로 되돌아올 때 창 밖으로 잠깐 보니 엄청 많은 사람이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고 있더군요. 특히 날씨가 바람이 조금 있는 날씨라 파도도 서핑하기에 적당해서인지 소수의 레벨이 있어보이는 고수(?)들이 멋지게 파도를 타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기사문항을 지나면 38선 휴게소를 만나게 됩니다. 휴게소 뒤로 바다로 내려가는 곳에도 서핑을 가르쳐주는 레저스쿨이 있네요. 역시 대세는 서핑인가 봅니다. 사진의 파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초보자들이 타기에는 파고가 꽤 높습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초보보다는 고수(?)들이 좋아할 파도와 날씨로 보입니다.
38선 휴게소를 지나면 42코스의 상징과도 같은 육교(?)를 지나가게 됩니다. "파도를 탄다! 행복을 탄다!", "말이 돼? 양양 서핑도 안해보고!", "서핑 양양" 정말 양양의 현재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낸 표현이 아닐까요? 주변 분에게 물어보면 "서핑=양양"이라는 공식이 사람들에게 완전히 각인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성공한 마케팅입니다.
이 육교를 지나면 해파랑길은 차도에서 분리되어 잘 정비된 길을 따라 걷습니다. 더운 여름날에는 참으로 반가운 그늘 길이 되어 줄 것 같네요. 당일은 비가 오는 날이라 덥지는 않았지만, 해파랑길을 따라 걸을 때 간절히 그늘이 나왔으면 하는 때가 있거든요.
경찰전적비(1946.10.17. '대치리 농작물 약탈 사건')
어정전지서 윤성대 순경 등 경찰관 4명이 용전끝에 북괴군 지휘자 이철희를 생포한 반면, 윤순경을 비롯 주민 30여명이 북괴군에게 납치되었으나 이틀 후 윤순경과 이철희를 교환하자는 북측 제의를 단숨에 거절하고 납치된 주민과 함께 교환할 것을 요구하여 10.19 11:00경 38선상인 현북면 잔교리에서 상호 교환한 사건
잔교리 해변에 도착할 때쯤이면 차로 건너편으로 경찰전적비가 보입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뜻깊은 의미의 전적비더군요. 하지만 현재 제 눈에는 그 옆의 주차장이 호젓하게 파도 소리를 들으며 차박하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현재 관심사가 그쪽이라...
잔교리해변으로 가는 횡단보도에 옥수수를 파는 분이 계시네요. 제대로(?) 된 가건물과 벽돌과 시멘트로 만든 아름다운 아궁이, 그 주변으로 마련된 많은 양의 땔깜들이 이 분들이 이 곳의 터줏대감인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저희는 아주머니가 양은 가마솥에서 꺼내준 맛있는 강원도 옥수수를 먹으며 계속 걸어갑니다.
옥수수를 구입하고 옛 동해대로를 따라 걷다가 북분리 마을로 가는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마을을 지나면 북분솔밭해변으로 굴다리를 통해 다시 해변길을 따라 42코스가 진행됩니다.
화살표를 따라 북분솔밭으로 가면 북분해변을 만나시게 됩니다. 번잡하지 않은 해변으로 캠핑장이 잘 갖추어져 있더군요. 나중에 데크 사이트로 한 번 다녀오고 싶네요. 샤워, 주차, 전기, 수도가 포함되어 데크 사이트가 60,000원으로 국립 휴양림이 아닌 이상 그냥 적당한 가격으로 보입니다.
이 북분해변에 파란 책방이 들어올 예정인 모양입니다. 이 파란 책방은 작년 11월에 41코스를 걸을 때 죽도항(인구항)에서 봤던(하지만 들어가지 않았던) 책방인데, 영화 '시월애'의 감독인 이현승 감독님이 만든 북카페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해파랑길이 아니라 주택가 골목 안쪽에 있어 찾기가 힘들었는데(저희도 식당 찾다가 골목으로 들어가 발견하였다죠.) 이제 해파랑길 그리고 해변 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바뀌어 더 많은 사람이 찾아볼 수 있게 되었네요. 이 블로그 글을 올리는 날이 딱 오픈 날이네요. 나중에 와이프와 한 번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북분해변을 지나 언덕을 살짝 넘으면 동산해수욕장을 만나게 됩니다. 원래 코스는 동산항으로 가는 찻길을 따라 넘어가는 코스이지만 해변 길을 걷다가 마을 안쪽 골목을 통과해 동산항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가끔 마을의 안쪽 골목길을 걷는 것도 재미있어 좋습니다. 동산해변도 여지없이 서핑 강습이 이어지고 있네요. 날씨가 나빠 배우는 분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열혈 수강생(?)들의 열정을 파도가 꺾기에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동산항, 특히 북단에는 코끼리 바위, 귀 바위, 족두리 바위, 알 바위, 세 잎 크로버 바위 등이 있고, 남단에는 하프돔, 바둑판 바위, 감자 바위, 하마 바위, 탑 바위, 전복 바위 등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미리 알았다면은 하나하나 찾아보겠지만 당일 안내판을 보고 처음 알았고, 거기다 변명을 하자면 오늘 일정의 마무리 코스인지라 피곤하기도 했었기에 그냥 코끼리 바위 하나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아직도 저 바위는 왜 코끼리 바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엉덩이를 반쯤 물속에 담그고 있는 모습이라는 데 말이죠. 혹시 다른 방향에서 봐야 했나? 하여튼 다음에 여유롭게 이곳에 또 오면 하나하나 찾아보는 거로...
동산항을 지나면 동산해수욕장이 보이는데 캠핑장이 잘 조성되어 있네요. 시설이 참 좋아 보이는 것이 예약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나중에 비성수기에 한 번 도전해봐야겠습니다. 사실 캠핑은 추울 때 하는 게 매력이기는 한데 말이죠.
동산 해변과 이어지는 해변이 바로 죽도 해변입니다. 죽도 해변은 양양에서도 캠핑의 메카와 같은 해변입니다. 오늘 걸어온 해변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서핑을 배우고 있더군요. 날씨도 초보에게는 쉽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이것으로 오늘 해파랑길 트레킹은 다 마쳤습니다. 42코스는 홈페이지에 따르면 약 10km의 거리에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42코스 정방향 끝에 있는 하조대와 하조대 둘레길을 지난 주 43코스를 걸을 때 걸어보았기에 생략했더니 42코스를 걷는 데 걸린 시간은 약 2시간 20여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네요. 원래 긴 코스가 아니어서 생각보다는 일찍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돌아오는 길은 버스를 이용해서 돌아왔습니다. 322번과 12번 중 먼저 오는 것을 타면 하조대(정확하게는 편의점)까지 돌아오실 수 있습니다. 운 좋게도 12번이 딱 와서 기다림없이 바로 돌아왔습니다. 아래 사진의 경로는 12번 버스입니다. 322번은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바로 하조대로 가게 됩니다. 2시간을 걸어서 이곳에 왔지만 버스 타고 되돌아가는 시간은 금방입니다.
버스 정류소는 서프독 앞에 있는 정류소에서 양양행 버스를 타시면 됩니다. 양양 방향의 경우 따로 버스 정류장이라는 표시는 없지만(지경리 방향은 번듯한 정류장이 세워져 있음) 버스가 오면 손을 들면 세워주더군요.
SONY A7m2 + RICOH XR RIKENON 1:2 5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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