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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45코스] 설악해맞이공원~장사항, 2019.11.30 본문
3주 연속(40코스, 41코스, 45코스) 해파랑길을 걷습니다. 이러다가 지리산 둘레길은 언제 다시 시작할지 모르겠군요. 해파랑길보다 지리산 둘레길까지 가는 시간이 2배라 와이프가 부담스럽다고 하니 어쩔 수가 없네요. 하지만 언젠가는...
45코스의 시작은 설악해맞이공원입니다. 탁 트인 동해 바다를 배경으로 다양한 조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곳에서 시작하지 않은 결정적 이유는 설악해맞이공원 주차장(=설악항공영주차장)의 주차비가 유료(최소 30분 600원, 이후 매 10분당 300원, 1일 6,000원, 공원 내 횟집 이용시 무료 쿠폰 제공)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속초에 가까워지니 주차비가 징수되는 주차장도 조금씩 생기는군요. 근처에 주차할 곳이 없으면 그냥 주차했겠지만 바로 아래 물치항 공영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굳이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도 혹시하고 봤는데 나중에 다시 근처를 지나가보니 설악해맞이공원 인근에 무료주차가 가능한 장소가 보이더군요. 아래 지도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45코스의 시작은 44코스의 끝에 있는 물치항 공영주차장에서 시작됩니다. 그럼 천천히 걸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행정구역상 물치항까지는 양양, 해맞이공원부터는 속초에 속합니다. 하지만 해파랑길은 41~45코스를 묶어 '양양속초구간'으로 한 세트로 만들어두었습니다.
해맞이공원에 있는 작품들인데 제가 예술작품에 문외한이라서 그런지 이곳에 있는 작품에 대해 큰 감흥을 못 느꼈습니다. 작품 때문에 찾아갈 필요는 없어 보이는(제 기준으로) 공원입니다. 작가님들의 관계자가 아닌 이상은...
공원에 있는 항구는 설악항인데 이름에 '설악'이 들어가 꽤 큰 항구같지만 실제로는 아주 작은 항구입니다. 해맞이공원과 설악항을 뒤로 하고 계속 걸어가면 만나는 큰 항구는 너무나도 잘 아시는 대포항입니다.
대포항의 첫 기억은 이 도로 양쪽을 점거하고 쭉 늘어선 새우튀김 포장마차였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깔끔하게 정돈되어 손님을 맞이하지만 예전에는 그냥 도떼기 시작장이 따로 없었죠. 뭐 거의 구석기시대 이야기입니다.
대포항 거리를 뒤로하고 계속 걸어가면 나오는 항구가 외옹치항이고 항구 뒤로 롯데리조트 속초가 보이네요. 예전 45코스는 외옹치항을 오른쪽에 두고 쭉 언덕을 올라가 외옹치 해변까지 가는 코스였지만 새로운 45코스는 '외옹치 바다향기로'라는 해변길을 따라가면 됩니다.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 맵은 아직 구길을 표시하고 있으나 두루누비 홈페이지에서는 새롭게 바뀐 길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 외옹치 지명의 유래 : 조선 시대까지 '옹진'이라고 불리던 곳인데 7번 국도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대포에서 속초로 가는 이 고갯길을 지나갔었다. 이 고갯길 옆에 밭뚝이 다닥다닥 층계 모양으로 부어 있어 이 고개를 '밭뚝재'라고 하였는 데 발음상의 변화로 '독재'라 불리었고, 그 결과 '웅진'이라는 옛 고유지명 대신 '바깥 독재'라는 뜻의 한자 표기인 '외옹치'가 행적구역명으로 사용되었다.
남쪽 ENT에서 대나무명상길, 하늘데크길, 안보체험길, 암석관찰길을 따라 가면 외옹치 해수욕장에 도달하게 됩니다. 찻길을 따라가는 옛 길보다는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외옹치 해변을 지나 속초 해수욕장에서 도착하면 전에 없던 번화한 거리를 볼 수 있습니다. 그 뒤로 눈 덮인 설악산도 보이네요. 해변을 바라보면 조그마한 섬이 하나 있는데 바로 속초팔경의 제5경인 '조도'입니다. 새들이 많이 찾는 섬이라고 '조도'라고 불리고 있답니다.
지도앱에서는 속초해수욕장을 지나면 해변 길을 따라 걷다가 청호초등학교에서 마을 길로 접어들게끔 안내하고 있고, 두루누비앱에서는 계속 해변 길을 걷도록 안내하고 있는데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설악대교까지는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저는 중간에 마을 샛길로 끼어들었습니다.)
설악대교에 도착했습니다. 바로 올라가도 되지만 다리 아래에서 청초호와 설악산을 한 번 바라보고 설악대교 위로 올라갑니다. 겨울이라 눈 덮인 설악산이 매우 아름답더군요.
설악대교에 올라 내려다보니 건너편에 아바이 순대마을이 보입니다. 바로 갯배 선착장으로 가도 되지만 아바이 순대골목을 지나서 선착장으로 가봅니다. 호객행위(예전처럼 기분 나쁜 호객행위는 아니더군요)와 수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여전히 시끌벅적하네요.
순대골목을 지나 설악금강대교로(사진의 왼쪽에 있는 고가도로) 아래를 지나가면 갯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이 나옵니다. 뱃삯은 성인 기준 500원으로 저렴하니 부담 없습니다. 남자 손님한테는 배를 끌라고 시키기도 합니다. 저도 한 힘(?) 보태고 호수를 건넜습니다.
연안부두길과 해양경찰서를 지나면 큰 크루즈선이 정박해있는 속초항이 본격적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속초항을 끼고 계속 걸으면 영금정이 있는 동명항에 도달하게 됩니다. 생각보다는 높아보이지 않아 영금정에 올라가보기로 합니다. 참고로 영금정은 정자가 아니라 돌로 된 산을 뜻하는 것으로 돌로 된 산으로 파도가 쳐서 부딪히면 신묘한 소리가 들렸는데 그 음곡이 거문고 소리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 호젓한 영금정 사진을 찍는 것은 실패하였고 그냥 현판만 크게 찍어봤습니다. 올라가서 보니 바다 쪽으로도 정자가 세워져 있는데 여기보다 사람이 더 많더군요. 역시 사람들은 높은 곳을 올라가기보다는 낮은 곳을 좋아하는 게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일출명소 해돋이 정자는 1997년에 동명한 주민들의 십시일반 모은 기금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며, 정자를 연결하는 보도교를 동명해교인데 이듬해인 1998년에 속초시에서 건립했다고 합니다. 지금의 다리는 시설물의 노후화로 재건축된 다리라고 하네요.
정확하게 지명은 모르겠지만 영금정횟집 앞에 있는 바위 마당(?)입니다. 파도가 잔잔하면 내려가서 바다를 더 가까이 즐기는 것도 좋아 보이네요. 저 사진에 있는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영금정횟집 주변에는 속초등대로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이 있는 데 45코스도 이 계단을 타고 등대까지 올라가는 코스입니다. 속초등대는 속초팔경 중 제1경에 해당합니다.
속초등대에 대한 안내문을 보니 저 바위 마당(?)이라고 표현했던 곳에 슬픔이 있더군요. 원래부터 자연적으로 저런 모습을 가진 것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때 속초항 개발을 위해 돌산을 깨서 저렇게 넓은 암반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영금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과거의 음악소리를 더이상 들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하네요. 저 정도 규모의 돌산이라면 정말 멋진 풍경이었을 텐데 말이죠. 안타깝습니다.
등대가 있는 바닷가를 끼고 돌게 되면 또 하나의 해변이 나오며 이 해변의 이름은 등대해수욕장입니다. 아직 해변이 나오기 전 초입에 분위기 좋은 카페가 보여 들어갔습니다. 나중에 와이프가 보더니, 연예인 분이 하시는 카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사장님 얼굴을 유심히 보니 TV에서 본듯한 얼굴입니다. 뭐 아는 체는 안 했고 그냥 2층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창가 자리에 앉아 잠시 쉬었습니다.
뭐 이 정도 사진이면 카페에 대한 소심한 소개(카페 이름도 사진에 있습니다) 정도는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커피도 디저트도 평균 이상인 듯 하여 만족하고 쉬다 나왔습니다.
이 길을 따라 쭉 걷다가 도롯가로 나와 물치항으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짧은 45코스를 마무리했습니다. 사실 45코스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랑호를 한 바퀴 돌고 난 뒤 장사항에서 끝나는 코스입니다만 한 달 전 쯤 47코스를 걸은 후 영랑호를 한 바퀴 돌았기 때문에 여기서 일정을 마무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오늘은 코스가 짧아서 그런지 하루 일정을 마치고 많이 피곤하지 않아 버스를 타고 물치항까지 되돌아 갔습니다. 물론 속초 인근이라 버스도 자주 다니기도 했었고요.
물치항에 도착하니 영랑호를 패쓰하는 바람에 짧은 코스를 걸어서 그런지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차를 주차해 놓았던 물치항 공영주차장에서 아래쪽으로 걷는 데까지 더 걸어가 보기로 합니다.
물치해변을 지나 정암해변까지 쭉 이어지는 몽돌해변입니다. 몽돌해변의 파도 소리는 정말 너무나 좋았습니다. 해넘이가 시작될 때의 부드러운 햇살이 저의 눈을 황홀하게 만들고, 몽돌해변의 파도와 자갈 소리의 향연이 저의 귀를 황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제법 길이가 되는 몽돌해변입니다. 천천히 걸으시면서 자연의 하모니를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저절로 천천히 걷게 만들어주는 길이었네요.
제가 해파랑길을 걸을 때는 2가지 지도 앱과 두루누비앱을 사용합니다. 때마침 카카오맵을 보고 걸어가는데 아무리 봐도 해파랑길 표식도 보이지 않고, 길도 사람이 다닌 흔적도 없고, 좁아지는 길 안쪽에서 동네 개들이 마구 짖어대어 이 길이 아닌 듯하여 돌아 나왔습니다. 나머지 두 앱을 보니 차가 다니는 도롯가 옆 데크를 따라가게끔 안내해주는데 카카오맵만 낙산사 안쪽으로 향하는 산길을 안내해주고 있었습니다. 카카오맵에 대한 실망 한 스푼이 추가되었네요. 여러모로 보니 두루누비앱에서 알려주는 길이 가장 최신의 정보가 반영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시간을 허비한듯하여 논밭을 가로질러 가기로 했습니다.
낙산사가 있는 낙산을 둘러 걷다 보니 금새 해가 져버렸습니다. 더 어두워지면 힘들 것 같아 낙산사거리에서 버스를 타고 물치항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어영부여 걷다 보니 44코스의 절반 정도를 걸어버렸습니다. 이것 참 애매해져 버렸네요.
2019.10.26 영랑호
47코스를 마치고(사실 아주 약간 남겨두었지만) 영랑호 인근 대희지센트아파트 옆 골목에 차를 주차하고 영랑호를 반시계방향으로 걷기로 했습니다. 단풍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었으면 했는데 그래도 완전히 지지는 않아 좋았습니다.
영랑호를 거닐면서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이곳에 아직도 고성산불의 화마가 남아있었다는 것입니다. 여긴 개인 주택이 아니라 거대 기업의 리조트 이기는 하지만 고성 산불의 피해가 생각보다는 훨씬 심하다는 것을 해파랑길을 걸으며 보게 되었습니다.
영랑호를 한 바퀴 도는 데 약 2시간이 걸렸습니다. 예전에 차로 돌던 길을 걸어서 다녀보니 좀 더 자세한 영랑호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고성 산불의 흔적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제 머릿속을 떠나지 못했네요.
SONY A7m2 + MINOLTA MC ROKKOR-X PG 1:1.4 f=50mm
PENTAX K5IIs + D-XENON 1:4 12-24mm ED 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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