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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41코스] 주문진해변~죽도정입구, 2019.11.23. 본문
지난주 40코스에 이어 바로 41코스를 걸었습니다. 41코스는 주문진해변에서 출발해서 죽도정이 있는 죽도해수욕장까지의 약 12.2km의 구간으로 거의 평지로만 이루어져 있는 쉬운 코스로 해파랑길을 처음으로 걷기 시작할 때 선택하기 좋은 코스라 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는 4시간이 소요된다고 나오는데 전 "느리게 걷기+카페 휴식+사진 촬영 등"으로 인해 6시간이 넘게 걸렸네요.
오늘 코스는 주문진해수욕장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죽도해수욕장까지 걸어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겨울철이고 아침이라 저희처럼 트레킹을 하려는 사람들의 차량 외에는 거의 비어있었습니다만 오히려 저녁에 주차장이 꽉 찬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마도 주문진해변의 저녁 바다를 구경하려는 사람들때문이겠지요.
우선, 주문진해변과 향호해변을 거쳐 향호까지 산뜻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걸어봅니다.
혼자 왔을까요? 아침 일찍부터 BTS 버스정류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외국 여학생입니다. 삼각대를 세워놓고 정류장을 배경으로 한참을 혼자 찍더군요. 제가 버스정류장을 사진을 찍으려 하니 'Sorry~'라고 미소지으며 저렇게 나름(?) 비켜주더군요. 아마도 혼자 계속 정류장을 독점했던 것에 미안해서 그런 것 같네요. 그런 모습이 예뻐 보여 그냥 제가 저 사진 포함 2장만 찍고 다시 찍으라고 얼른 비켜주었습니다. 저야 언제나 맘먹으면 올 수 있는 곳이지만 저 학생(아가씨?)에게는 큰맘 먹고 오는 곳일 테니까요.
11월 바닷바람이 추웠을 텐데 잘 지내고 아침을 먹는 것 같더군요. 저도 나중에 비수기에 한번 이곳으로 텐트 들고 와봐야겠습니다.
향호해변을 지나면 호수를 하나 만나게 되는데 이 호수가 '향호'입니다. 호수 둘레에는 약 2.5km의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는데 해파랑길 41코스에 이 산책로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강릉의 경포호나 속초에 있는 청초호, 영랑호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조용히 산책하기에는 오히려 더 좋은 호수같습니다. 참고로 향호에서 와 향호지(왼쪽 호수)를 한 바퀴도는 트레킹 코스가 강릉바우길 13구간입니다. 강릉바우길도 상당히 많은 트레킹 코스로 구성되어 있더군요. 나중에 도전해봐야겠습니다.
'향호(香湖)'라는 지명은 동해사면을 흐르는 계곡의 하류와 동해안의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 향나무를 묻고 미륵보살이 다시 태어날 때 그 나무로 공양을 드릴수 있도록 해달라는 매향(埋香)*의 풍습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향호에도 천년 묵은 향나무를 묻었는데, 나라에 경사스러운 일이 있으면 침향(호수에 묻은 향나무)에 빛이 비쳤다는 전설이 있다는군요.
* 매향(埋香) : 본래 귀한 향이나 약재로 쓰이는 침향(沈香)을 만들기 위하여 향나무, 소나무, 참나무, 상수리나무 등을 오랫동안 갯벌에 묻어두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당시 매향은 단순히 침향을 얻기 위한 목적을 넘어 미륵불의 용화회(龍華會)에 공양할 침향(호수에 묻은 향나무)을 마련하는 신앙 활동으로서 더 큰 의미가 있었다. 14~15세기에 주로 이루어진 향촌 공동체의 신앙 활동으로 미륵의 구원과 용화세계의 도래를 기원하면서 현실에서 국가와 백성의 안녕과 발전을 함께 기원하였다.
해파랑길 구간 중 강릉구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솔향강릉'이라는 글귀가 강릉 해변을 너무나 잘 표현하는 것 같아 참 맘에듭니다. 그런데 녹슨 것은 고쳐줬으면...
호수를 지나 도로를 지나면 해파랑길을 도로변을 따라 진행됩니다. 그런데 사진처럼 안쪽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열려있어 보니 강릉을 대표하는 솔향 가득한 산책길이 보여 그곳으로 걸어보기로 합니다. 강릉시 청소년 해양수련원 부지인 것 같은데 시민들을 위한 산책길도 마련되어 있고, 또 그 길을 따라 현지인들도 많이 걷고 계시길래 저도 용기(?)를 얻어 안으로 들어가 지경리 해수욕장까지 걸었습니다. 비수기라 수련 활동이 없어서 그랬지만 학생들이 수련 활동 중이라면 그냥 도로를 따라 걸어야겠죠.
지경삼거리(주차장이 있는 곳)에서는 지경 관광지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나 봅니다. 개발을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시설이 들어왔으면 좋겠네요.
지도를 보니 지경해변부터는 행정구역상 강릉이 아니라 양양에 포함되는군요. 41코스는 양양 6경과 7경을 걷게 되는군요. 아! 그 사이에 저도 몇 번 다녀온 휴휴암도 있네요.
바다로 흘러가는 화상천을 지나게 되면 원포 해수욕장인데 지경리 해변, 원포 해변, 남애1리 해수욕장까지는 사실상 쭉 이어져있는 해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남애 현대조선소가 보입니다. 조선소 그러면 큰 조선소만 생각했는데 해파랑길을 걸어 보니 조그만 어선을 수리하는 조그만 조선소도 많이 보이더군요. 조선소 일이 힘든 일이라 기술자분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던데 그래서 그런지 일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나이가 조금 있으신 분들이었습니다.
남애항에는 나름 핫한 카페인 'Cafe 고래'가 있습니다. 쉬엄쉬엄 걸었지만 2시간여를 걸었으니 들어가서 잠시 카페인을 섭취하며 쉬어보기로 합니다. 아마도 스킨스쿠버 사이에서는 많이 알려진 카페인 것 같더군요.
카페인과 아름다운 남애항 바다 풍경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카페를 나서 봅니다. 남애항에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스카이워크가 있습니다. 요즘 우후죽순으로 곳곳에 생기는 것 같은데 남애항의 경우 스카이워크까지 올라가는 길이 쉬우니 잠깐 올라가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남애3리 해수욕장에 있는 '라니카이 서프'입니다. '라니카이'라는 이름이 또 제 가슴을 설레게 하네요. 하와이의 본섬인 오아후섬 동쪽에 있는 비치가 Lanikai Beach입니다. 아마도 이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지었나 봅니다. 라니카이 필박스 트레일을 하면서 내려다보는 라니카이 비치의 아름다운 바다를 보시면 절대 이 '라니카이'라는 지명을 잊지 못하실 겁니다. 잠시 아래의 링크를 통해 제가 찍은 라니카이 비치의 사진을 보시기 바랍니다.
한눈팔다 아주 조금 길을 지나쳤는데 '마이대니펜션'이 보이시면 펜션 지나자마자 오르쪽 길로 들어가서 아래 사진에 보이는 언덕(?)으로 올라가셔야 합니다. 묘지와 밭을 지나면 군부대가 나오는데 부대 앞 큰길을 따라 내려가지 마시고 아래 사진처럼 철조망 옆으로 난 조그만 내리막길을 따라가면 됩니다. 해파랑길 표시만 잘 보고 가시면 문제없으며 내리막 길의 끝에 휴휴암이 나타나게 됩니다.
휴휴암에 도착했습니다. 휴휴암은 양양에서도 꽤 알려진 유명 사찰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죠. 절을 관통하여 바닷가로 내려가면 황어, 광어, 숭어때와 오리때가 넘쳐나는 것을 볼 수 있기도 하는 그런 나름 유명한 절입니다.
항상 여기를 지나칠 때 드는 생각이지만 차를 가지고 사찰 바로 앞에까지 들어오시려 하지 마시고 도롯가에 있는 큰 주차장에 차를 대시고 걸어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지나갈 때마다 보지만 차들이 서로 얽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장면을 많이 봤습니다. 좋은 곳에 와서 주차 때문에 싸우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걸어오시는 길이 길지 않아 힘들지도 않습니다. 뭐 초반에 아주 짧은 오르막이 있기는 하지만 그게 다거든요. 또 어떤 기업과 사찰 간의 분쟁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아 씁쓸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찰이기도 합니다. 잘 해결되기를...
제가 불자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산에 있는 사찰의 경우 기와를 구입하고 복을 빌듯이 여기서는 방생고기(우럭)를 사서 복을 기원하는 모양입니다. 다른 바닷가 절도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광어바위가 어디를 말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발가락 바위는 못찾으면 정말 바보입니다.
휴휴암 사찰에는 마늘빵과 호박식혜(?)를 파는 곳이 있습니다. 맛있어 보여 사 먹었는 데 마늘빵도 호박식혜도 보기만큼이나 맛있었네요. 불자뿐만아니라 일반 관광객도 많은 사찰이라 군데군데 쉴 곳도 마련해놓았으니 바다를 보며 잠깐 쉬어가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휴휴암에서 나오면 잠시 도롯가의 길을 걷다 인구해변쪽으로 향하게 됩니다. 사진에 보이는 항구가 죽도(인구)항이고 항구 뒤쪽으로 봉긋 솟아오른 산이 죽도암(뒷편)이 있는 죽도산으로 산 정상에 전망대도 있습니다.
죽도(인구)항도 늘어나는 서핑 인구들이 어느덧 자리를 잡은 어촌으로 변모했습니다. 마을 해변 쪽은 서핑과 관련된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더군요. 평범한 어촌 마을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였습니다. 뭐 그게 나쁘다는 뜻은 아니고요...
해변가를 거쳐 바로 죽도암에 갈 수 있었지만 늦은 점심으로 이곳에서 나름 맛집이라는 '양양막국수'집으로 갑니다. 마을 안쪽 도로의 편의점(세븐일레븐) 2층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셀프 식당이라 그런지 가격도 나름(?) 상대적으로 저렴하였고, 가장 중요한 막국수의 맛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막국수 좋아하시면 한번 찾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점심 후 다시 죽도암 쪽으로 마을을 지나가는 데 특이하게 올드카 몇 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잘 볼 수 없었는데 말이죠.
이제 지도에 보이는 죽도산 해안산책로만 걸으면 41코스도 완주하게 됩니다. 상당히 짧고 작은 산책로이지만 풍경만큼은 기대 이상이니 천천히 둘러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선녀탕은 못찾겠더군요. 하지만 부채바위와 신선바위는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또 죽도산 정상에는 죽도전망대가 있습니다. 전망대의 풍경이 어떤가 궁금해서 올라가봤는데 쉼터와 발자국이 표시되어 있는 포토 스폿, 죽도정을 차례로 지나면 생각보다 큰 규모의 잘 만들어진 전망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정상부의 큰 소나무 때문에 전망대가 꽤 높게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전망대에 올라가 볼 수 있는 풍경도 큰 소나무 때문에 완전히 탁 트였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북쪽으로는 죽도해수욕장, 남쪽으로는 죽도항과 인구해수욕장의 풍경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것 보다는 꽤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멋도 모르고 도전했다가 땀을 뻘뻘 흘릴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중간 중간에 쉼터가 잘 마련되어 있으니 쉬엄쉬엄 오르실 수도 있습니다.
죽도암은 생각보다 세워진 지 오래되지 않은 작은 암자더군요. 관음전과 예상과는 다른 현대적 건물의 요사체 한 채씩으로 이루어진 작은 암자입니다. 저는 그냥 지나쳐서 잘 몰랐는데 비구니 스님이 거주하는 절집으로 불자들에게는 효염있는 기도터로 알려져 많은 사람이 찾는다고 하며 죽도암 주변에 기암괴석들이 많아 다양한 이름을 가진 바위들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 요사체 : 스님들이나 관계자 신도들이 생활하는 방이있는 건물
이렇게 해서 오늘도 41코스를 완주했네요. 원래 천천히 걷지만, 오늘은 더 천천히 걸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도 역시 버스를 이용해 되돌아가려 했지만 선택은 택시네요. 걸을 때는 모르겠는데 돌아가는 버스 정류장에서는 왜 그리도 피곤한지...
P.S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화장실에 잠깐 다녀오니 어느덧 해가 넘어가 버렸습니다. 사실 주차장에 도착하고 보니 생각보다 많이 주차된 차를 보고 의아해했었는데 여기 있는 대부분의 차들이 주문진해변의 저녁 바다를 보기 위해 들어온 차더군요.
아침에 봤을 때는 이곳이 이렇게 화려한지 몰랐는데 저녁에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사람을 끌어모으고 있었습니다. 또 젊은 사람들에게는 이곳이 주문진해변이나 향호해면보다는 청시행(청춘의 시작은 여행이다.) 비치로 더 알려져 있더군요. 똑같은 장소이지만 세대별로 누군가에게는 주문진해변과 향호해변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BTS 버스 정류장과 청시행 비치로 알려진다는 사실이 재미있네요. 저에게는 청시행 비치(해변 아닙니다. 비치!!!)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네요. ㅋㅋㅋ
버거의 종류가 여러 가지 있었지만 청시행 비치가 강릉에 있어 강릉버거로 주문해봤습니다. 수제버거인데 맛도 나름 괜찮았고 같이 나온 감자튀김도 역시 맛있었습니다.
SONY A7m2 + RICOH XR RIKENON 1:1.7 5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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