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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국내)/제주

★백약이오름, 2017.10.03. [정상부 출입제한]

정순재 2017. 12. 24. 22:58

백약이오름

 

블로그 이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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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naver.com/man4love/222068556824

 

※ 제주지역 오름의 보호를 위해 백약이오름 정상부가 2020년 8월 1일부터 2년간 출입이 제한됩니다. 이에 따라 백약이오름 정상부 앞 탐방로까지만 접근할 수 있고, 정상 봉우리에는 들어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백약이오름

소재지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산 1

 

예부터 오름에 자생하는 약초의 종류가 백가지가 넘는다 하여 백약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게 되었으며, 한자로는 백약악(百藥岳), 백약산(百藥山)이라고 한다. 분화구의 등성이는 운동장처럼 넓게 펼쳐져 잔디가 곱게 깔려져 있고 오름의  남서사면 기슭에는 삼나무로 조림된 숲이 50m가량 둘러쳐져 있다. 북동사면은 개량 초지가 조성되어 여러가지 약용식물이 자라고 있다. 정상에서는 트랙 모양의 산꼭대기를 따라 주변의 다양한 오름을 조망할 수 있는데 동쪽에 좌보미와  그 앞에 암설류의 언덕들, 동북쪽으로 동거미오름, 그 옆으로 이어진 문석이오름, 그 뒤편에서 위용을 자랑하는 높은오름, 북쪽으로 넓게 패인 굼부리인 아부오름, 서쪽에 민오름, 남서쪽에 개오름, 남쪽에 멀리 보이는 영주산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멋진 주변 풍광을 자랑하는 오름이다. <놀멍쉬멍 제주 오름 역사설화 탐방 中>


오늘은 백약이오름을 올랐습니다. 전 두번째이고 집사람은 오늘이 처음이네요. 

 

해발 356.9m의 제법 높은 오름에 속하고 실제 오름 높이도 오름 치고는 높은 132m나 됩니다. 하지만 정상까지 15~20분이면 충분하고 험한 길이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찾는 오름 중 하나이니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주차장 옆으로 나무 데크로 잘 정비된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오름 바로 밑동에 도착하게 되고, 오름에 난 데크 길을 따라 쉬엄쉬엄 올라가면 금새 정상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잠깐씩 뒤돌아보며 멋진 풍경을 감상하다보면 어느새 정상에 도달해있을것이니 '저길 어떻게 올라가?'라는 생각은 잠시 버려주셔도 됩니다.

 

지금(2020년 7월 기준)은 위 사진의 계단 양쪽 옆으로 울타리가 세워져 있어 계단 옆으로 갈 수가 없게 되었지만, 예전에는 주변에서 쉬(?)고 있는 얌전한 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죠. 지금은 관광객들이 많아지다보니 훼손도 심해지고해서 울타리를 만들어놓은 것 같습니다.

 

오름 바로 밑동까지는 이렇게 쭉 뻗은 나무 계단이 있는데 이곳이 사진이 잘 나오기 때문에 가족 사진, 웨딩 사진 등 사진을 찍으시는 분도 많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잠시 걸어오는 짧은 시간에도 계단과 들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추억을 남기려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 생긴 울타리때문에 양쪽 옆에 있는 들판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 아쉽기는 하지만 농장(사유지)에 피해를 줄 수 있으니 관광객들이 조심해야 할 몫이라 생각합니다.

 

다랑쉬오름과 동검은이오름
좌보미오름과 좌보미알오름

잘 정비된 데크 길을 따라 어렵지 않게 오르면 때마침 정상에서 식사하고 계시는 소님들께서 저희를 맞아주고 있으십니다. 방목되어 자유롭게 커서 그런지 덩치도 크고 때갈(?)도 좋아보이며, 무엇보다 소들의 눈동자에 총기가 있어 보이네요. 가끔 TV에서 우리에 갇혀 지내는 가축들을 볼 때는 개인적으로 약간 불쌍해보이기는 합니다.

 

※ 백약이오름과 소 방목 이야기

제주에서는 백약이오름뿐만 아니라 많은 오름에서 소가 방목되고 있다. 소의 방목은 제주의 오랜 풍습으로 제주인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오름 등지에서 방목되고 있는 소를 통해 제주인의 생활상을 엿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기록에서는 소를 가축으로 기른 역사를 농경문화와 시작과 같은 시기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는 이미 부족국가 시대부터 농사의 필수 가축으로 사육되었다고 한다. 농사를 천하(天下)의 근본이라고 생각했던 전통사회에서 소는 한집안 식구처럼 여겨 생구(生口)라 불렸다. 생구는 한집에 사는 하인이나 종을 일컫는 말로 소를 사람으로 대접할 만큼 소중히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소는 최근까지도 농사를 짓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풍부한 노동력을 제공해줄 뿐 아니라 무거운 짐을 나르는 효용성 높은 가축으로 또 민가에 귀한 재산으로 여겨왔다. 

제주도의 민간 풍속에는 ‘첫쉣날’이라 하여 새해 들어 처음 맞이하는 축일(丑日)을 신성시했는데 이 날에는 소 앞에서 말을 삼가고 빨래도 금하며 부정한 일을 하지 않았다. 민간 신앙에는 가축을 담당하는 당신(當神)이 있어 제물을 차리고 가서 번성을 기원했으며 목축업을 주로 하는 곳의 신당에서는 칠월 보름 백중날에 ‘테우리코사’를 지냈다. 

인간은 오랜 세월 동안 식용 작물을 제배하는 농경 생활을 해왔다. 그런데 농경은 사람들에게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기에 사람들은 최대한 노동력을 적게 들이면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고 그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 중 하나가 축력(畜力)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가축 가운데서도 우리 민족은 소를 농경의 최대 동력원으로 이용하였다. 소의 이용은 인력 노동의 중압감을 덜게 하였고 그 결과 농경에서 소의 이용 범위는 점차 확대되어갔다. 이처럼 소는 오래전부터 인간들의 삶과 늘 함께했기 때문에 쉽게 비유와 상징의 대상이 되었고 이는 특히 속담을 통해 잘 나타나고 있다.

 

※ 속담 속의 ‘소(쉐)’ - 제주도 속담사전, 고재환

* 놈 논 건 쉐도 못 찾나(남이 놓은 것은 소도 못 찾는다) - 남이 보관한 것을 찾기 힘들 때

* 놈의 쉐 들러퀴는 건 보기 좋나(남의 소 날뛰는 것은 보기 좋다) - 남의 일을 등한시하는 심리 상태를 꼬집을 때

* 돌 멍청 담이나 답곡, 낭 멍청 불이나곡, 쉐 멍청 잡아나 먹나, 사름 멍청 쓸 듸 읏나(돌 멍청이는 담이나 쌓고, 나무 멍청이는 불이나 때고, 소 멍청이는 잡아나 먹지만, 사람 멍청이는 쓸 곳이 없다) - 멍청해서 쓸 모 없는(오히려 일에 방해가 되는) 사람을 나무라서 한탄할 때

* 동세간의 산 쉐 다리 빈다(동서간에 산 소 다리 벤다) - 동서(同壻)지간의 안간 관계가 가까운 것을 떠올릴 때

* 뜬 쉐 울 넘나(느린 소 울타리 넘는다) - 운신이 굼뜨다고 가소롭게 여기지 말길 바랄 때

* 말 탄 양반, 쉐 탄 귀양다리(말 탄 양반, 소 탄 귀양뱅이) - 양반의 처지가 각기 다를 수 있음을 상기시킬 때

* 쉐 노는 듸 쉐 가곡, 말 노는 듸 말 간다(소 노는 데 소 가고, 말 노는 데 말 간다) - 끼리끼리 어울리는 현상을 일컬을 때

* 쉐 다리 말 다리(소 다리 말 다리) - 이질적인 현상을 빗댈 때

* 쉐도 왕 하문 돌아산다(소도 ‘왕’하면 돌아선다) - 말을 잘 듣지 않는 사람을 나무라서 꼬집을 때

* 쉐 둔을 말 둔이엥 하랴(소 둔을 말 둔이라고 하랴) - 왜곡될 수 없는 진리의 엄연성을 되새길 때(※ 둔 : 족속의 무리, 즉 소와 말 따위가 무리를 이룬 떼거리)

* 쉐똥 주워베민 거펑 하영 뗀다(소똥 주워 보이면 전복 많이 뗀다) - 꿈의 해몽을 통해 해산물 채취의 길흉을 점칠 때

* 쉐로 못 나사 여자로 난다(소로 못 낳아야 여자로 낳는다) - 여자의 고달픈 삶을 한탄할 때

* 쉐 먹어난 듸 말 배불르랴(소 먹어난 곳에서 말 배부르랴) - 실속 없는 운신을 경계할 때

* 쉐발 검뎅 돌라 불지 못한다(소발이 검다고 도려내지 못한다) ? 결함을 묵인할 수 밖에 없을 때

* 쉐뿔도 각각, 직시도 각각(소뿔도 각각, 몫도 각각) - 모든 것이 천편일률적으로 꼭 같을 수 없을 이치를 일깨울 때

* 쉐 잡아먹을 간세한다(소 잡아먹을 게으름을 핀다) - 게으름뱅이를 꾸짖고 나무랄 때

* 쉐 치레 말앙 촐 치레하라(소 치레 말고 꼴 치레하라) - 튼실한 소 사육의 겨건을 중시할 때

* 쉐터럭이 하뎅 하여도 날이 한다(소털이 많다고 하여도 날이 많다) - 느긋한 시간 관념을 부추길 때

* 준 쉐 파리 궨다(여윈 소 파리 들끓는다) - 궁색한 처지에 난처한 일이 겹치는 현상을 빗댈 때

* 큰 쉐 큰 호멍 촐도 안 준다(큰 소 큰 소 하면서 꼴도 안 준다) - 명분에 어긋난 대우를 꼬집을 때

 

사진과는 달리 실제로는 그리 가파르지도, 멀지도 않습니다.
달달(?)한 커플이 멋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네요

백약이 오름은 분화구형 오름이 한 바퀴 쭉 돌 수 있는데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충분하니 바로 내려가지 말고 여유 있게 산책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400m 트랙을 연상시키는 등성이는 잔디가 곱게 깔려 있으며 이 등성이를 쉬엄쉬엄 걸으며 구좌, 조천, 성산, 표선, 즉 제주 동부 지역에 펼쳐진 주변 오름들을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이 백약이오름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럼... 한 바퀴 느리게 느리게 걸어보자.

 

백약이 오름은 산 정상의 분화구가 20mm 광각 렌즈(풀프레임 바디 기준)로도 다 담겨지지 않을만큼 제법 큰 오름이다.

 

당일 날씨가 아주 맑지는 않았지만, 날씨만 좋으면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주위의 여러 오름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해준다. 물론 이 날도 좋았다. 오름을 오르면 오름 아래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발아래로 쫙 펼쳐지기에 오름에 오르기 위해 흘린 약간의 땀이 싫지 않은 것이다. 백약이오름으로 찾아가는 길이 가을에는 새하얀 억새꽃을 선사해주기에 이 백약이오름은 가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오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새벽에 오르면 성산 방향에서 해가 떠오르는 멋진 일출 광경을 볼수 있어서 이번 여행 마지막 날 일정으로 잡았는데 집사람의 몸이 약간 안 좋아져 실천하지는 못했다. 뭐... 다시 오라는 제주신(?)의 계시겠지...

 

백약이오름 주차장

백약이오름 주차장은 10대를 다 채울 수 없는 규모인 데 이번에 가니 길 건너편에 임시 주차장을 만들어 놓았더라. 하지만 밀려오는 관광객을 감당하기에는 역시 부족해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갓길에 주차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주차장을 늘리는 것도 바른 선택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제주는 올레꾼들은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든 편이고 오름을 오르는 이들이 많이 늘었다고들 한다. 내가 제일 처음 백약이오름을 찾았을 때는 현지 번호판을 가진 차가 2대만 있었는데(물론 겨울이기는 했다.) 이번에는 주차장이 부족해 갓길에 주차할 정도이니 그 말이 틀리지는 않는 것 같다.

 

가을에 제주를 찾는다면 반드시 오름을 올라보라고 말하고 싶다. 오름마다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경쟁하듯 드러내고 있으니 어느 오름을 오른 듯 후회하지 않겠지만 이 백약이오름은 가을에 꼭 추천해주고 싶다.

 

 

[백약이 오름에서 볼 수 있는 주변 오름들]

 

남동쪽
북동쪽
남서쪽

 

[지도 및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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